짙어지는 안면 홍조, 혹시 '주사 피부염'은 아닐까요?
짙어지는 안면 홍조, 혹시 '주사 피부염'은 아닐까요?
안녕하세요.
홍대 앤봄의원 대표원장 이유민입니다.
어느덧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무더운 여름입니다.
개인적으로 덥고 습한 기후를 선호하는 체질이라 이러한 계절의 변화가 무척이나 반갑습니다만, 피부과 진료실의 풍경은 조금 다릅니다.
대기가 건조해지기 시작하면, "원장님, 얼굴이 너무 붉어지고 화끈거려요"라며 홍조를 호소하시는 30~50대 여성 환자분들의 내원이 부쩍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맘때쯤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홍조'의 숨은 주범인 '주사 피부염(Rosacea)'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주사 피부염, 도대체 무엇일까요?

홍조 문제로 병원을 찾으시는 30~50대 환자분들의 피부를 면밀히 진단해 보면 상당수가 주사 피부염을 앓고 계십니다.
'주사(酒筱)'라는 이름은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얼굴이 붉어진다는 뜻에서 유래된 한자어이며, 의학적 영문명인 'Rosacea' 역시 장미처럼 붉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
니다.
안타깝게도 주사 피부염의 명확한 발병 원인은 현대 의학으로도 아직 완벽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스테로이드 연고의 무분별한 장기 사용이 원인이 될 수 있다거나, 주로 30~50대 여성에게서 높은 빈도로 발생한다는 정도의 인과관계만 확인되었을 뿐입니다.
주사 피부염의 주요 증상과 3가지 임상 유형



주사 피부염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시도 때도 없이 붉어지는 '안면 홍조'입니다.
단순히 붉어지는 것을 넘어 피부가 따갑고, 가렵고, 극심한 건조함이 동반됩니다. 특히 환절기인 봄과 가을에 악화되었다가 잦아들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환자분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상당합니다.
실제 저희 의원을 찾아오시는 환자분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주사 피부염을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습니다.


심한 뾰루지형: 전체 내원객 중 흔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나비존과 이마를 중심으로 뚜렷한 홍조가 나타나며 그 중심에 화농성 여드름 같은 뾰루지(농포)가
다수 관찰되는 형태입니다.
여드름 혼동형 (모세혈관 확장형): 언뜻 보면 좁쌀 여드름과 비슷해 혼동하기 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굴 전체에 얇고 붉은 모세혈관들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해 있습니다. 단순 여드름인 줄 알고 내원하셨다가 가려움과 따가움을 동반한 주사 피부염으로 진단받는 30대 환자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단순 홍조형 (뾰루지 없는 예민형): 임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타입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뚜렷한 뾰루지 없이 피부가 전반적으로 얇고 예민해져 있으며,
이마, 코, 양 볼, 턱에 이르기까지 붉은 기운이 상시 맴돕니다. 환절기가 되면 증상이 가장 먼저 두드러지는 유형이기도 합니다.
"약 먹기 싫어요!" 방치하면 일어나는 혈관의 비극

주사 피부염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 질환에 가까워 '완치'보다는 꾸준한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렇다 보니 "약을 먹어도 그때뿐이고, 약은 최대한 피하고 싶어요"라며 치료를 미루시거나 중단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주사 피부염을 방치하여 염증 반응이 켜켜이 쌓이면, 피부 밑의 혈관이 본래의 탄력을 잃고 영구적으로 늘어지는 '모세혈관 확장증'으로 악화됩니다.
이 단계에 접어들면 약물이나 연고만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하며, 시술 과정이 번거롭고 통증이 수반되는 혈관 레이저 치료를 받아야만 합니다.
따라서 저는 증상이 심해질 기미가 보이면 초기에 치료 강도를 높여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편입니다.
염증을 억제하는 경구약과 도포용 연고를 처방하고, 필요한 경우 '셀 아크네'처럼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면서 염증을 줄여주는 레이저 치료를 복합적으로 병행합니다.
(여담이지만, 증상이 심할 때 오셔서 바짝 치료를 받으시다가 붉은 기가 조금 가라앉으면 발길을 뚝 끊는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온전한 애프터 사진을 남기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제발 피부가 다 나은 뒤에도 상태 확인차 한 번만 더 내원해 주시길 이 자리를 빌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주사 피부염 환자의 올바른 스킨케어 기강 잡기
최근 유튜브나 숏폼 콘텐츠를 보면 주사 피부염을 앓고 계신 분들이 뾰루지나 유분기를 없애보겠다고 자극적인 크림을 바르거나, 유행하는 미세침 화장품(리들샷 등)으
로 피부에 강한 자극을 주는 영상을 심심치 않게 봅니다. 피부과 의사로서 그럴 때마다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입니다.
주사 피부염 환자분들은 스킨케어에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절대 피해야 할 것: 모공을 막는 유분기가 많은 제품, 피부를 건조하고 예민하게 만드는 성분(레티놀 등), 물리적 자극을 주는 스피큘 화장품, 뽀득뽀득하게 닦이는
강한 세정력의 폼클렌징이나 무거운 클렌징 오일은 반드시 피하셔야 합니다.
반드시 지켜야 할 것: 성분이 순하고 유분기가 없는 진정/수분 위주의 제품을 사용하셔야 합니다. 세안 역시 약산성 클렌저로 자극 없이 부드럽게 노폐물만 씻어내
는 것이 핵심입니다.

주사 피부염은 끊임없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얄미운 질환입니다.
그렇기에 평소 스킨케어 루틴의 기강을 제대로 잡아두고, 악화기에 접어들었을 때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 의학적 처치를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처법입니다.
다가오는 완연한 봄, 꾸준한 보습과 관리로 피부 건강을 지켜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